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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부부유은(夫婦有恩)이라는 말

부부라는 말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말입니다. 일단 부부(夫婦)라는 한자어를 나누어 보면 지아비 부(夫)와 지어미 부(婦)가 만나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지아비와 지어미, 두 단어에 보이는 ‘지’는 ‘집’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원적으로 보면 짓다와 관련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세 국어에서는 ‘짓아비’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아비의 ‘지’가 ‘짓다, 집’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집에 사는 사람이 부부인 셈입니다. 요즘은 집사람이 아내를 의미하지만 원래 ‘집’이란 함께하는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원래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남편도 아내도 모두 집사람입니다.     한편 지어미와 지아비에서 눈에 뜨이는 것은 바로 ‘어미’와 ‘아비’입니다. 부부는 근본적으로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를 의미하였습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을지 모르나 예전에는 부부의 매개는 아이였음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아이가 없으면 부부의 존재 의미까지 없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 3을 완벽한 숫자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3은 부모와 나를 의미하는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는 가장 기본적인 숫자이면서 완벽한 숫자입니다.   부부의 순서를 보면서 남자가 앞에 있음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남자가 앞에 나오는 것이 무슨 대수냐,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릅니다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한자어에서는 거의 남자가 앞에 나옵니다. 부모라는 말이나 남녀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순우리말에서는 순서가 다릅니다. 엄마아빠가 대표적입니다. 비하의 표현처럼 보이기는 하나 암수나 연놈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아들딸보다 ‘딸아들’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부의 순우리말이 가시버시라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가시는 아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남자보다 여자에 해당하는 말이 앞에 온다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부부라는 말과 함께 쓰이는 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대부분이 ‘관계’나 ‘유별’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중에서 부부유별이라는 말은 오륜에도 등장하는 말이니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겁니다. 남녀도, 부부도 서로 가장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다르다는 표현을 쓴 것이겠죠. 맞습니다. 부부만큼 다른 존재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름이야말로 특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유별은 특별의 다른 말입니다. 유별을 차별로 잘못 해석하는 순간 세상은 엉망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번역소학을 공부하다가 부부에 관한 어떤 표현에 놀랐습니다. 바로 부부 유은(有恩)입니다. 여기에서 은(恩)은 은혜라는 뜻입니다. 은의 뜻을 찾아보니 사랑하고 예쁘게 여긴다는 뜻도 나와 있습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은혜로워하는 존재입니다. 참 귀한 사이지요. 아버지는 의(義), 어머니는 자(慈), 형은 우(友), 아우는 공(恭), 자식은 효(孝)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새길만한 이야기입니다. 번역소학에서는 의를 ‘씩씩하다’로 번역하였습니다. 자는 어엿비 여기는 것으로, 우는 사랑하는 것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씩씩하고 의롭고, 어머니는 자애롭고 따뜻하며, 형제간에는 서로를 아끼는 사랑과 온공함, 자식은 효도함이 있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부는 서로를 은혜로워하고 고마워하고 예쁘게 여기기 바랍니다. 소학은 어린아이가 배우는 책입니다만, 이렇게만 살면 도리에 어긋남이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은 소학에서 모두 배운 셈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남녀도 부부 존재 의미 요즘 번역소학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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